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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에게 - 존 키츠

게시자: 성우넷, 2016. 7. 18. 오전 7:16   [ 2016. 7. 18. 오후 9:03에 업데이트됨 ]



1


내 가슴은 아리어 오고, 나른히 파고 드는 통증에
감각이 저리네. 독미나리 즙을 마신 듯,
또는 어지러운 아편을
찌꺼기까지 들이키고 망각의 강쪽으로 가라앉은 듯이, 이는 너의 행복한 신세가 샘 나서가 아니오, 오직 너의 행복에 도취되는 나의 벅찬 행복에서 솟는 아픔이란다. 가벼운 날개 가진 나무 정령인 네가 그 어느 노래 서린 너도밤나무의 무수한 그림자 드리운 나뭇잎 속에서 이처럼 목이 터져라 마음껏 여름을 노래하리니.


2


오, 한 모금 포도주여! 오랜 세월 동안
땅 속 깊이 서늘히 간직된
'프로라'와 푸른 전원과, 춤과 '프로방스'의 노래와 햇빛에 탄 환락의 향취 감도는 포도주가 못내 그립도다! 오, 따스한 남국의 정취 서리고 진정한 진홍빛 시상의 영천이 넘치는 한 잔 술. 잔 가에 방울방울 구슬진 거품 반짝이고 자주빛으로 물든 주둥이, 큰 잔에 철철 넘치는 한 잔 포도주가 그립구나. 그 술 한 잔 여기 있으면 내 그를 마시고 이 세상 남몰래 떠나 너와 함께 저기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지련만. 


3

 

멀리 사라져, 녹아서 잊으련다.
잎새 속의 너는 정녕 알리 없는 세상사를,
그 권태와 번열과 초조를 잊으련다. 여기 이렇게 인간들 마주 앉아 서로의 신음을 듣고, 중풍 든 폐인의 몇 오라기 남은 슬픔 머리카락이 떨리고, 젊은이는 창백해져 유령처럼 야위어 죽어 가는 이 세상, 생각만 해도 슬픔에 가득 차고 거슴츠레한 절망이 눈에 서리며, 아름다운 여인은 그 빛나는 눈을 간직하지 못하고, 새 사랑 또한 내일이면 그 애인의 눈동자에 기쁨을 못 느끼는 이 세상,

 

4

 

가거라! 술은 이제 가거라! 나 이제 네게로 날아 가련다.
바카스 주신과 그의 표범이 끄는 전차일랑 버리고
비록 내 우둔한 머리 혼미하고 더디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시의 날개를 펼쳐 그를 타고 가련다. 아 이미 너와 함께 있구나! 밤은 그윽하고, 때마침 달님 여왕은 옥좌에 올라 있고, 뭇별 선녀들은 그를 둘러 섰도다. 그러나 여기엔 빛이 없다, 있다면 오직 푸르른 녹음과 구불구불한 이끼 낀 길을 통해 하늘로부터 산들바람에 나부껴 오는 어스름이 있을 뿐이니.

 

5


하여, 나는 볼 수도 없네, 무슨 꽃이 내 발길에 피었고,
그 어떤 부드러운 향기가 저 가지에 걸렸는지를,
그러나 향긋한 어둠 속에서 짐작해 보노라. 이 계절, 이 달이 주는 하나하나의 향기로운 것들을, 풀잎과, 덤불과, 야생 과일나무, 하얀 아가위와 목가 속에 자주 읊어지는 찔레꽃, 잎 속에 가려져 빨리 시드는 오랑캐꽃, 그리고 오월 중순의 맏아들인 술 이슬 가득 품고 피어나는 들장미를, 여름날 저녁이면 날벌레들 웅웅 모여드는 그 꽃송이 무리를.

 

6

 

어둠 속으로 나는 귀 기울인다. 한두 번이 아니게 
안락한 [죽음]과 어설픈 사랑에 빠졌던 나,
그리고는 수많은 명상의 선율을 띄워 [죽음]을 다정한 이름처럼 불러 내 고요한 숨결을 허공으로 날려 달라고 호소하던 나, 이제사 나는 내 숨결 거두기에, 고통 없이 한밤중에 이 숨을 끊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순간을 찾아낸 듯하다. 네가 이토록 황홀하게 너의 영혼을 쏟아내고 있는 이 순간에, 여전히 너는 노래할지나 나는 듣지 못하고- 너의 드높은 진혼가에 나는 한 줌 흙이 되리라.

 

7


죽으려 태어나지 않은 너, 불멸의 새여!
그 어떤 굶주린 세대도 너를 짓밟지 못하리.
지나가는 이 한밤에 내가 듣는 이 목소리를 옛날 황제도 농부도 들었으리라, 어쩌면 저 노래는 이역땅 보리밭에서 눈물 지며 고향을 그릴 제루스의 슬픈 가슴 속에도 사무치고, 또한 저 노래는 쓸쓸한 선녀 나라 위험한 바다 그 휘날리는 파도를 향해 열려진 신비로운 창문 가에서도 줄곧 매혹했으리라. 

 


8


쓸쓸하도다! 이 한 마디의 말은 종처럼 
너로부터 유일한 내게 돌아와 울리어 퍼지네.
잘 가거라! 환상이란 그리 잘 속일 수 없으니요정을 속이듯 그녀가 익숙히 해내야 했던 것처럼, 잘 가거라! 잘 가거라! 너의 구슬픈 노래는 사라지네. 가까운 풀밭을 지나, 고요한 시내를 건너, 저기 저 언덕 위로, 그리고 이제는 그 다음 골짜기 숲 속 깊이 묻혀 버렸다. 이것이 환상이냐, 아니면 백일몽이냐? 그 음악은 사라졌도다 - 나 지금 깨었는가 잠들었는가?


허성우 수정역
사진 저작권 JohnSpa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