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재

눈꽃

게시자: 성우넷, 2018. 1. 10. 오전 3:14   [ 2018. 2. 11. 오전 6:00에 업데이트됨 ]







그해 겨울 속으로 걸어갔네 

시린 눈을 맞으며 

눈은 꽃의 이름이라 노래하였나니

아리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너는 꽃의 이름이다


너는 꽃이 언 무늬의 이름이다

내가 바라 본 것들 중

해와 달과 별의 노래를 동그라니 닮은

너는, 너의 얼굴은

눈망울 깊이 아로새긴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그 겨울을

눈물로 살금살금 씻어내고

여울진 너를

하나뿐인 이름을

내 마음 깊숙이 데려갔네


내 너를 위하여

마침내 이름자를 불러보노라

해와 달과 별을 꼭 닮은

눈과 꽃의 어울림

눈꽃


음악 <눈꽃> 교한

사진 Vironevae

나에게 3

게시자: 성우넷, 2017. 6. 12. 오후 2:00   [ 2017. 6. 25. 오후 6:25에 업데이트됨 ]



너를 만나면서부터

비로소 숨 쉬는 법을 알았네

눈물이 흐른다는 것

그 속에 온기가 있다는 것

그 느낌을 소리 내어 외쳤다는 것

이전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흩날리던

바람 한줄기였을 뿐

가장 슬픈 것은

스스로를 잊어버리는 일

머지 않아 너를 떠나

먼 여행을 떠나야겠지만

이 순간 우리가 함께 한 사실은

오직 영원한 것이라네


이미지 저작권 Vika Palatova 

나에게 2

게시자: 성우넷, 2017. 5. 26. 오전 9:13   [ 2017. 5. 27. 오전 12:34에 업데이트됨 ]




이제 용서하렴

아무도 모르는 네 어둠으로부터

끝없이 도망치던 

어린 영혼을 놓아주렴


두 날개를 움츠린 채

울타리 밖을 거닐던 작은 새들에게도 

이제 고개를 들어

풀잎의 노래를 들려주렴


나는 날 수 있다고

너도 날아오를 수 있다고

우리가 함께라면

구름 너머의 별빛을 품을 수 있다고


눈시울 따라 숨결 따라

입가에 맺히는 해맑은 너를 본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너를 부르는 내 꿈결을 본다


사진 저작권 s@li

나에게 1

게시자: 성우넷, 2017. 5. 23. 오전 8:34   [ 2017. 6. 4. 오전 1:14에 업데이트됨 ]



세상이 널 버려도 

너는 너를 버리지 마라

죽음도 너를 가두지 못한다


슬픈 날에는 마음껏 울어라

눈물은 시간조차 젖게 만들지만

상처 입은 너를 지켜주지 않았던가


별빛이 시든 시절에도

아침은 너를 깨워 반겨주나니

그 축복으로 마지막 삶을 가꾸어라 


사진 저작권 Jason 

내가 나를 버린 날 2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8   [ 2016. 7. 2. 오후 10:58에 업데이트됨 ]



   내가 나를 버린 날 달무리를 보았다 사랑하라고 더 사랑하라고 빛이 손을 내밀었다 눈물의 꽃은 맑게 시들고 긴 밤이 목청에서 소리 없이 부서졌다 걸음은 빛의 고리에 갇힌다 나의 제자리걸음은 오늘을 지루하게 이어 나가고 무채색 울타리에서 별들은 바람의 소식을 기다린다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이별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선명한 흙의 향기를 따라 투명한 삶의 조각이 쌓여 가고 밤하늘은 점점 내려앉는다 흐르는 물에 얼굴을 기대고 지친 나를 물의 표면에 가두고 추억의 파동을 일으킨다 추억이 흔들린다 추억처럼 세상이 흔들린다 모든 소리들이 밀려온다 밀려와서 나를 물가에 떠민다 나는 거울처럼 빛나다 어지러운 무늬로 찢기어져 흔들리는 추억 속에 천천히 가라앉는다

Photo by Eric C Bryan

내가 나를 버린 날 1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7   [ 2016. 7. 2. 오후 10:57에 업데이트됨 ]



그렇게 사랑했던 햇살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내 삶에도 깊은 그늘이 졌다
희망이 내 손에 꽃다발을 쥐어주고
그 향기를 떨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바다가 나를 부를 때 파도는 채찍처럼 나를 떠밀었다 
거센 바람이 구름을 헤치며 푸르게 살라 한다
아련한 별빛이 밤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빛나게 살라 한다 
삶의 달콤한 줄기에 매달린 쓰디 쓴 열매가
새하얀 눈 속에서 얼어붙었다 
골목의 지친 한숨이 대문을 닫는다 
텃새는 지붕에 날아들어 조금씩
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다, 내 심장은 조금씩 
고개를 들어 분주함을 잊어버리고 있다

Photo by Fstern

분수의 구조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5   [ 2016. 7. 2. 오후 10:56에 업데이트됨 ]



못질로 쌓아올린 구조물에서

항상 그것들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못질의 속도만큼 빠르게 무너진다
위태로운 무덤을 예술이라고 자랑하던
뇌세포의 줄기들이 끊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공포영화의 칼질처럼 죽죽 끊어진다
이별의 인사처럼 뚝뚝 끊어진다
그동안의 모진 땀방울이
화려하게 쌓아올린 허영의 구조는
눈물처럼 하얗게 추락한다
나 한평생 깨달은 것은
내 인내의 높이가 만든 속도이다

Photo by AditChandra

완벽과 절벽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4   [ 2016. 7. 2. 오후 10:54에 업데이트됨 ]




정상을 눈앞에 두고도 추락하는 이들을 보았네

절벽이 완벽의 경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지
그러니 늘 조심하게나
꽃을 움켜쥐는 건 급한 일이 아니라네
구름이 천천히 산을 오르는 것도
소나기로 그치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네

Photo by alicethewhale

어린 날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3   [ 2016. 7. 2. 오후 10:53에 업데이트됨 ]



내게 처음

주먹을 날렸던 아이

그리고 가끔

어깨동무를 해준 벗


우리는 초록이 우거진 들에서

하늘빛 종이를 접고 별빛 글을 지었지

나의 외로움을 잊게 한

어린 날, 소꿉동무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내던지고

함께 흠뻑 젖어들던

너의 얼굴

옛 사진처럼 빛바랜 이름

정든 그 손길


실오라기 같은 웃음으로 나를

놓아주지 않던 그 친구

노을처럼 눈망울이 그윽한 소년의 긴

긴 강물에서 나는

아직도 잔잔히 흐르네


Photo by 재난기아

그 시절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1   [ 2016. 7. 7. 오후 8:19에 업데이트됨 ]


그 시절 
아버지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과메기나 메주처럼
구수하게 엮어
밤새 걸어놓고는 하셨다


그것들은 얄밉게도 
내가 한참을 귀 막은 이야기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쌀 한 가마의 전설을 내내 안치고는 하셨다
내가 알사탕을 몰래 녹이는지 모르고


그동안 어머니는 배추 한 단을 절여
포기마다 할머니의 고춧가루를 여기저기
새빨갛게 바르고 또 바르는데
그것은 또 얼마나 매운지 
콧구멍 깊이 고드름이 매달린 양 시리다


나중에 내가 갓 난 강아지처럼 
실금 눈을 뜨고
옆집 소 울음처럼 하품을 늘어놓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며시 그들의 방을 떠난다


Photo by 야생화강서나누리가랑비윤기봉컨트라스황정우소구리하우스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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