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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의 역사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26   [ 2016. 7. 2. 오후 10:26에 업데이트됨 ]



인내의 나이 열두 살

마틸다의 세례명은 마르가리따

못 이룬 사랑의 길에서

침묵의 나이 마흔 살

레옹을 만나 신경질의 역사를 쓴다


1996년, 가슴을 풀어헤친 레옹이

설렘으로 우거진 VIP석에 마틸다를 초대하자

그녀의 길은 펑크 록으로 귀가 막힌다

그해 올림픽 공원의 바람은 

레옹에게 열다섯 해의 인내를 선물한다


2005년, 마틸다가 자매결연으로 

섹시 호텔방의 B석에 스팅을 초대하자

그는 그녀의 신경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기었고 그녀는 너무도 쉽게 그것을 허락한다

그러면서 바람의 숲을 떠난 레옹을 떠올린다


2011년, 마틸다는 귀가 뻥 뚫린 지하철을 탄다

바람이 새지 않는 방수 가방에 맥주 한 캔을 담는다 

그리고 레옹이 디딘 인내의 길을 따라 숨 가쁘게 달린다

그를 보던 색안경, 제 신경질을 담아내던 사진기가  

맥주의 깊은 바다 속에 잠기어가는 줄 모르고


Photo by lopo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