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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ㅡ 블랙홀의 화석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19   [ 2016. 7. 2. 오후 10:20에 업데이트됨 ]


흙은 나이다, 나의 눈물이다

나는 눈물과 함께 태어나 
버섯구름의 뿌리에서 줄기가 되어
하늘을 닮은 꽃으로 피었다가 
씨앗에 날개를 달아주고는 
다시 눈물과 함께 시들은 뜻이다

시작이자 끝이며
기쁨이자 슬픔이며
만남이자 헤어짐이며
사랑이자 상처이며
삶이자 죽음이며
천국이자 지옥이다

뜻을 알면 눈물이 솟고
그렇게 고인 샘은 더없이 맑다
부풀은 풍선처럼 둥글고 투명한 힘을 지닌다
그것은 피처럼 끓어오르다가
빗물 속에 식어간다 그리고 흐른다 
모든 배설의 흔적을 따른다

시원한 바람, 성난 회오리
딱딱하였다가 가벼웠다가 물렀다가
다시 단단하게 뭉쳐 
새들이 발자국을 내는 곳
도약과 비상의 지점 
추락하는 이슬이 맺는 자리

눈물로 이지러진 얼, 얼굴의 깊은 늪
가진 모든 것들을 비운 마음
모든 것이 뭉쳐 모든 것을 가두는 항아리
가슴을 무너뜨리고 머리와 다리가 만나는 몸
그렇게 만난 설렘이 환하게 타오르는 빛
시의 별빛으로 내가 숨 쉬던 자리

영원의 바다 속 먼지가 된, 아무도 모르는 검은 흙, 블랙홀

Painting by 헨드릭 반 발렌1세 <4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