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재‎ > ‎

그 시절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10:51   [ 2016. 7. 7. 오후 8:19에 업데이트됨 ]


그 시절 
아버지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과메기나 메주처럼
구수하게 엮어
밤새 걸어놓고는 하셨다


그것들은 얄밉게도 
내가 한참을 귀 막은 이야기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쌀 한 가마의 전설을 내내 안치고는 하셨다
내가 알사탕을 몰래 녹이는지 모르고


그동안 어머니는 배추 한 단을 절여
포기마다 할머니의 고춧가루를 여기저기
새빨갛게 바르고 또 바르는데
그것은 또 얼마나 매운지 
콧구멍 깊이 고드름이 매달린 양 시리다


나중에 내가 갓 난 강아지처럼 
실금 눈을 뜨고
옆집 소 울음처럼 하품을 늘어놓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며시 그들의 방을 떠난다


Photo by 야생화강서나누리가랑비윤기봉컨트라스황정우소구리하우스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