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Post date: Jul 3, 2016 5:51:48 AM

그 시절

아버지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과메기나 메주처럼

구수하게 엮어

밤새 걸어놓고는 하셨다

그것들은 얄밉게도

내가 한참을 귀 막은 이야기

아버지는 그것도 모르고

쌀 한 가마의 전설을 내내 안치고는 하셨다

내가 알사탕을 몰래 녹이는지 모르고

그동안 어머니는 배추 한 단을 절여

포기마다 할머니의 고춧가루를 여기저기

새빨갛게 바르고 또 바르는데

그것은 또 얼마나 매운지

콧구멍 깊이 고드름이 매달린 양 시리다

나중에 내가 갓 난 강아지처럼

실금 눈을 뜨고

옆집 소 울음처럼 하품을 늘어놓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며시 그들의 방을 떠난다


Photo by 야생화, 강서나누리, 가랑비, 윤기봉, 컨트라스, 황정우, 소구리하우스, 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