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저주 - 검은 정원에서

Post date: Jul 3, 2016 5:18:05 AM

- 더럽고 페스트 같은 존재

달리는 걸음에는 상한 스테이크 냄새가 따르고 휘청거리는 발자국엔 쥐약 향기가 난다

문득 위장이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모든 것을 등지고 눈앞의 하수구로 뛰어든다

한 마리는 한 마리의 가는 숨소리를 느낀다 그러나 가는 숨소리는 제 숨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그렇게 한 마리는 인간의 정원에서 검은 흙이 되어간다

그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를

태어난 것도 배고픈 것도 죄가 되어버린 그들은 납작 엎드린 밤의 촘촘한 공간 속으로 기어 나온다 그리고 프라이부르크의 악어처럼 제 악취를 들이켠다

그때 후각이 마비되어가는 사냥개들이 쫓아와 그들을 향해 짖어댄다

- 더럽고 페스트 같은 존재

욕설은 욕설이 되어 돌아온다 한 마리가 남긴 오장육부의 출혈은 검고 선명했다 땅속으로 스며든 그림자는 인간의 밤을 부메랑처럼 연장한다 그것들의 촉수는 정원의 혈관을 따라 살아있는 모든 뿌리들에 기생한다 그리고 날름날름 그것들을 잘라먹는다

편견은 현명하다! 사냥개들은 페스트의 향기를 이기지 못한다 더 이상 개들은 악취를 쫓지 못한다 사육의 우리 안에서 이따금 소모된 건전지처럼 울부짖기만 한다

어둠은 개들의 속죄를 물리친다 개들은 희미한 달빛 아래 잠들고 달맞이꽃은 여기저기 창백한 날개를 편다

아무리 아침이 걸어와도 돌아서는 꿀벌의 날갯짓이 여리다 새들은 바닥에 내려앉아 검은 씨앗만 온종일 쪼아대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배가 부르지 않은 모양이다

- 더럽고 페스트 같은 존재

독립을 꿈꾸는 눈물방울은 검은 구름이 된다 그들은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나 때때로 목이 달아나거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향해 자유롭다고 말한다

나는 그 구름들이 내린 검은 물을 먹으며 자라고 있다 가끔은 나와 함께 눈물을 나누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혀를 잘라낸 용감한 자들이며 별빛이 찬란한 새벽을 사랑한다

우리는 날이 밝으면 반듯한 거리에 쓸리어 다니거나 나부낀다 그러다가 부스러진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잉어가 아닌 잉여라고 부른다

잉여의 손길들은 엮고 엮이어 울타리를 만든다 거짓으로 동여맨 진실이나 황금으로 빚어낸 보석처럼 강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다만 우리의 습한 땅에는 여우 한 마리의 저주가 싹틀 뿐


Image by louillust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