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재‎ > ‎

지하철 미술관

게시자: 허성우, 2016. 2. 3. 오전 4:21   [ 2018. 12. 26. 오전 11:32에 업데이트됨 ]



바람 부는 날 지하철 미술관에는
눈썹이 젖은 사람들이 밤을 걷는다

등짝이 새까만 사람끼리 

거세된 입술을 맞대고 네 다리를 뻗는다

수많은 글자들이 그들을 휘감고

바르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바구니 깨진 이빨 사이로 동전 소리 요란하다


누군가의 욕설이 묻은 외투는 

번데기의 과거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화장실에 머무른 누런 발자국이나

먼지들로 꽉 찬 가래침들이

군복의 얼룩무늬보다 더 선명한 사람들

나의 지난날이었거나 다가올 것처럼 

마음을 쿡쿡 찌르게 생긴 사람들

 

주울 이삭조차 없는 여인의 손길에는

세 살 난 딸아이의 웃음이 시리고

연보랏빛 얼굴 깊은 골짜기에는

지아비의 참이슬 향기가 짙다

오늘도 어제처럼 별이 내리는 이곳

낯선 손님을 모나리자의 미소로

반겨주는 여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Painting by 밀레, 피카소, 고흐, 다빈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