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내리는 새벽 -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Post date: Feb 3, 2016 12:21:59 PM


1

누가 나의 밤을 가졌는가 그대인가 그대의 그림자인가 나는 늘 홀로 이 밤을 걷고 그대는 내가 모르는 밤들과 나의 밤을 비끼어 걷는구나 누가 나의 밤을 노래하는가 그대는 별과 바람을 몰고 와서 나의 밤을 이슬처럼 장식하고 나는 오늘도 젖은 눈을 감노라


2

나는 이제 무엇이든 가장 사랑할 수 있는 가깝고도 먼 거리를 찾았다 그리고 작은 그대의 큰 것을 본다 이제 그대에게 그리움의 크기를 묻지 않겠다

그대를 만날 때에는 그대의 크기를 생각하고 그대가 떠나갔을 때의 내 크기를 생각하겠다 그리하여 주어진 아픔을 낭비하지 않겠다 대신 그대의 그림자가 되어 오래 머무르리니

눈물이 많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눈물을 그대 앞에서 달빛처럼 쏟는 일들에 감사하리니 눈물은 아름다운 것을 위해 흘리되 눈물처럼 투명하게 그대 옷깃에 머물겠다

나는 그대에게 한가지의 이름표를 달지 않겠다 늘 다른 생김새의 옷을 입히리니 행여 내 말의 색깔로 그대의 세상을 더럽혀 서로를 가두지 않겠다 늘 그대의 빛깔을 담아 내 일기장을 채우리니

그대의 방에 꺼지기 쉬운 촛불들은 내가 보살피겠다 그리고 그대의 가장 나중 타오르는 촛불이 되어 그대의 마지막 세상을 밝게 지켜 주리니 그때 그대의 빛 또한 나를 환하게 비춰줄 것을 안다


3

새벽이 오는 창가에서 나는 더 이상 내 쓸쓸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그대를 찾지 않겠다

밤사이 흘러내리지 않고 내 마음 깊은 숨결을 오려내는 맑은 눈망울들 오직 그것들을 노래하겠다

내가 머무르지 못했던 세상에는 늘 고운 별들이 쏟아지고 그것을 바라보며 이 밤을 걷는 동안 내 마음은 내내 지나친 길목에 머무르리니

내가 많은 것을 잃고 내가 많은 것을 버려두고 살 때 내가 열심으로 대해야 할 것들조차 나를 떠나갔을 때 그때에도 나는 생각하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새벽녘 여우별 같은 것들을

병든 세상이 기대어 와도 다스릴 수 없는 욕망들이 기대어 와도 나는 그것들을 돕거나 좇지 않겠다 그런 꿈에 젖어 살다 지쳐버리지 않겠다

별이 내리는 새벽이면 나는 아무도 모르는 노래를 홀로 부르리니 나를 가르친 진실들이 어느 날 바람 한줄기를 따라 흘러가기를


Painting by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