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재‎ > ‎

길고양이

게시자: 허성우, 2016. 2. 3. 오전 4:20   [ 2016. 2. 11. 오전 3:54에 업데이트됨 ]



소녀는 눈길을 사랑했네

눈이 내린 길을 따라, 눈길을 마주치는

태비 무늬 길고양이를 사랑했네

어쩌면 그 녀석의 무늬처럼 목에 칭칭 감긴

비루한 삶의 굴레까지 함께 아파했을 

소녀의 눈길이 눈길을 녹이네

밤이 어둑어둑 걸어오듯

길고양이도 걸었네, 그 소녀와 마주친

눈물의 길을 따라

눈물 위에 주차한 네 바퀴의 기둥을 따라

녹슨 고드름처럼 멈추어 섰네


서른 살 냄새가 줄줄이 늘어선 소녀의

손바닥 시린 틈 사이사이로

눅눅해진 사료를 꾸역꾸역 곧잘 받아먹던 길고양이

꽁꽁 얼어붙은 눈물처럼 하얀 접시 위에 

아가미 잃어버린 생선 한 마리를

오늘은 씹어 보지도 못하고 멀뚱, 멀뚱거리다

핥아내기만 하네, 다시 그것이

제 눈물처럼 얼어붙는 줄도 모르고


Photo by 걸음이 느린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