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순간 시가 찾아온다

Post date: Jul 3, 2016 7:17:02 AM

시는 무엇인가. 우리는 시라는 것을 마치 거대한 철학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만든 벽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시의 세계는 결코 나와 떨어져 있는 공간이 아니다. 시는 내 삶에서 얻은 감정과 지혜의 창고이다. 단지 우리는 그 문을 열지 못하고 늘 주저할 뿐이다.

우리는 호기심이 많다, 수많은 것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면서 즐거워한다. 그 중 나 자신의 존재를 가장 궁금해한다. 하지만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없으면 나조차 나를 알 수 없는 괴리감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나라는 존재는 나의 의지로 인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시는 내 마음의 얼굴이다. 나를 발견하기 위해 닫혀 있던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나를 꼭 닮은 시가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깊은 어둠 속에 숨어서 좀처럼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칫 남들이 나를 알게 될까 두려워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의 가장 구석진 곳에다 몰아넣으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나를 보이지 않는 곳에 속박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토로해보자. 내가 발견해낸 내 마음 속 풍경들을 하나씩 그려 나가자.

시의 진정한 맛이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의도한 생각, 내가 하고 있는 마음의 일을 나의 눈으로 확인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내보이는 것이다. 혼자만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수단이자, 그것을 통해 동질감을 회복하고 보편적 인류애를 발굴해주는 것이 문학이요, 그 중에서도 시라고 하겠다.

또한 시는 소설과 달리 사실에 기반한다.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허구의 부산물이 아니요, 장식의 위한 화려한 소모품도 아니다. 시는 이슬처럼 맑은 생각에 뿌리를 둔 새싹이요, 일상 속 낱낱의 표현들이 응결된 열매이다. 그 알록달록한 생각들을 특정한 범주로 엮으면 한 권의 시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시를 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해야 하며, 그 연후에 올바른 삶 내지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시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 길에서 우리는 자신이 왜 시를 쓰고 있는지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에도 얼마나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사진 VinothChand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