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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는 순간 시가 찾아온다

게시자: 허성우, 2016. 7. 3. 오전 12:17   [ 성우넷에 의해 업데이트됨(2018. 1. 10. 오후 1:23) ]



시는 무엇인가. 우리는 시라는 것을 마치 거대한 철학처럼 받아들인다그래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만든 벽이라 생각한다하지만 시의 세계는 결코 나와 떨어져 있는 공간이 아니다시는 내 안에 숨어있는 감정의 창고이다단지 우리는 그 문을 열지 못하고 늘 주저할 뿐이다.

 

우리는 호기심이 많다, 수많은 것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면서 즐거워한다. 그 중 나 자신의 존재를 가장 궁금해한다. 하지만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없으면 나조차 나를 알 수 없는 정신적 괴리감에 빠지고 만다그렇게 되면 나라는 존재는 나의 의지로 인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어떤 물리적 자극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시는 내 마음의 얼굴이다숨어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내 마음의 닫힌 문을 열었을 때 나를 꼭 닮은 시가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깊은 어둠 속에 숨어서 좀처럼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자칫 남들이 나를 알게 될까봐 더욱 자신의 존재를 세상의 가장 구석진 곳에 가두려고만 한다.

 

이제 더 이상 나를 보이지 않는 곳에 속박하려 하지 말고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토로해보자내 마음의 풍경들을 하나씩 그려 나가자.

 

시의 진정한 맛이란 바로 여기에 있다내가 의도한 생각내가 하고 있는 마음의 일을 나의 눈으로 확인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내보이는 것이다나 혼자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수단, 그것을 통해 동질감을 회복하고 보편적 인류애를 발굴해 주는 것이 또한 문학이요그 중에서도 시라고 하겠다.

 

또한 시는 소설과 달리 사실에 기반한다.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허구의 부산물이 아니요장식의 위한 화려한 소모품도 아니다시는 이슬처럼 맑은 생각에 뿌리를 둔 새싹이요낱낱의 표현들이 응집되어 맺힌 하나의 열매이다. 그러한 범주의 알록달록한 생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시집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시를 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해야 하며, 그 연후에 인생의 보편적 철학을 논하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그 길에서 우리는 자신이 왜 시를 쓰고 있는지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에도 얼마나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사진 VinothChand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