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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나무 숲 아래

게시자: 허성우, 2016. 7. 3. 오전 12:20   [ 성우넷에 의해 업데이트됨(2018. 1. 10. 오후 1:28) ]



우리는 벚꽃나무를 마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전혀 달리 생각한 작가도 있었다. 그는 '사카구치 안고'인데, 일본 무뢰파 작가로서 전후 일본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봄이면 활짝 피는 벚꽃, 그 꽃나무 아래에 서서 소설 속 주인공은 핏빛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그 스스로도 한 여자를 품에 안기 위하여 전처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머리를 수집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처럼 잔인한 내면과 억누를 수 없는 욕망, 그 안에 주인공의 사랑은 존재하긴 했을까? 결국 그러한 모순이 폭발하게 되는 날,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서 귀신인지 아내인지 모를 여인의 목을 조르게 되는데, 그것은 자신과 세상의 부조리를 파괴하려는 몸부림 같기도 했다.

 

이 해괴망측한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게 느껴진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 부조리를 감싸고 있으니까. 한때는 우리 국민들도 그들의 벚나무 아래에서 그러했을 테니까. 우리는 봄날 벚꽃을 보며 웃다가도, 그것이 지는 날에는 한없이 울적해질 것이다. 때로는 죽음을 불사하더라도 그 어떤 굴레로부터 아주 멀리 도망치고 싶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