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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을 사랑할 수 있다면

게시자: 허성우, 2016. 7. 2. 오후 9:21   [ 2016. 7. 2. 오후 9:22에 업데이트됨 ]



혹시나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기면 내려다보라. 우리 사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하늘색은 또 얼마나 고운지. 높은 곳에 앉아서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말고, 삶에서 몇 번 있지 않을, 아름다운 때를 만끽하자.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자. 이 높은 곳을 자주 날아다니며 어린 왕자의 삶을 그렸을 생텍쥐페리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가 말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나의 삶까지 돌이켜보자. 


우리는 너무도 쉽게 삶을 단정 짓고 주어진 대로 살아간다. 그 주어짐은 마치 의무인 것처럼 모든 것이 그렇게 돌아가야만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현실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게 된다.


같은 별과 꽃을 보고도 제각기 달리 바라보는 것은 그것을 모두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는 하나이다. 우리는 그것과 나의 관계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때로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대개 그것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간다. 어떤 그림은 어떤 것인 것처럼 어떤 행동은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존재라는 것은 어느 순간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저 멀리의 별처럼, 그리고 내 가까이의 꽃처럼. 그것들의 크기가 어떻든 내게 다가오는 의미는 내 생각에 따라 참 다르다. 어떤 사람은 꽃을 꺾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물로 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그것에게서 꿀을 얻으려 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은 그것을 꺾어다가 제 방안에 놓아두겠지.


존재는 이 꽃과 같은 것이다. 누구와 관계하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도 어린왕자에 나오는 꽃과 다름이 없다. 똑같이 관계 속에서 우리 존재의 이름을 묻는 것이다.


아무도 의미 없다고 여기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내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나는 나에게 그리고 나의 가족과 친구에게 이미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그것을 내가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말자. 그리고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나만의 이름표를 붙여주자. 그렇게 소중한 것들을 나의 삶 안으로 불러오면 그것들이 바로 내 삶의 보물이 되는 것이다. 아무도 의미 없다고 말하던 것들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만의 별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사랑하고 있다면 또는 사랑 받고 있다면 나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 의미로부터 내가 참답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고



사진 Cengiz.uskup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