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소녀는 눈길을 사랑했네
눈이 내린 길을 따라, 눈길을 마주치는
태비 무늬 길고양이를 사랑했네
어쩌면 그 녀석의 무늬처럼 목에 칭칭 감긴
비루한 삶의 굴레까지 함께 아파했을
소녀의 눈길이 눈길을 녹이네
밤이 어둑어둑 걸어오듯
길고양이도 걸었네, 그 소녀와 마주친
눈물의 길을 따라
눈물 위에 주차한 네 바퀴의 기둥을 따라
녹슨 고드름처럼 멈추어 섰네
서른 살 냄새가 줄줄이 늘어선 소녀의
손바닥 시린 틈 사이사이로
눅눅해진 사료를 꾸역꾸역 곧잘 받아먹던 길고양이
꽁꽁 얼어붙은 눈물처럼 하얀 접시 위에
아가미 잃어버린 생선 한 마리를
오늘은 씹어 보지도 못하고 멀뚱, 멀뚱거리다
핥아내기만 하네, 다시 그것이
제 눈물처럼 얼어붙는 줄도 모르고
Photo by 걸음이 느린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