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에 피는 봄

지천으로 들꽃 향기 소란하던 봄

초록빛 실개천 따라 산새 소리 실려 오네

이곳은 실상사

이천삼년 삼월의 봄

푸른 역사의 문을 연다

치켜 올린 처마 아래

향내에 흠뻑 젖은 탑신이 솟고

대웅전 추녀 끝에

깨달은 소리들이 매달려 운다

어느 곳이거나 봄은 오련만

늙은 나뭇가지 흠뻑 삼키고

연못 여기저기 떠다니는

부처님의 나른한 미소를 보니

젊은이의 마음도 누그러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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