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미술관

바람 부는 날 지하철 미술관에는

눈썹이 젖은 사람들이 밤을 걷는다

등짝이 새까만 사람끼리

거세된 입술을 맞대고 네 다리를 뻗는다

수많은 글자들이 그들을 휘감고

바르르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바구니 깨진 이빨 사이로 동전 소리 요란하다


누군가의 욕설이 묻은 외투는

번데기의 과거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화장실에 머무른 누런 발자국이나

먼지들로 꽉 찬 가래침들이

군복의 얼룩무늬보다 더 선명한 사람들

나의 지난날이었거나 다가올 것처럼

마음을 쿡쿡 찌르게 생긴 사람들

주울 이삭조차 없는 여인의 손길에는

세 살 난 딸아이의 웃음이 시리고

연보랏빛 얼굴 깊은 골짜기에는

지아비의 참이슬 향기가 짙다

오늘도 어제처럼 별이 내리는 이곳

낯선 손님을 모나리자의 미소로

반겨주는 여기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Painting by 밀레, 피카소, 고흐, 다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