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Post date: Jul 3, 2016 4:24:26 AM

어떻게 글을 써야 잘 썼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누구나 글을 쓰면서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생각이다. 우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평범한 사람과 다른 글쓰기 재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의 능력이 선천적으로 타고 난 것인지 노력에 의해 길러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개는 후자라고 믿는다. 전자라고 믿는다면 우리가 교육에 거는 기대들도 사실 허무한 바람이 되고 만다.


아마도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이를 꼽으라면 『스티븐 킹』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쇼생크 탈출』, 『미저리』, 『그린마일』 등의 소설을 역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림은 물론,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들을 영화로 제작하기까지 하였다.


그러한 그에게는 글을 쓰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괴물, 유령, 외계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얼핏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겠지만 그는 이것들에 매달려 더 많은 것들을 경험을 하고 싶어 했고, 급기야 그러한 것들을 소재로 자기만의 글을 써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 어머니를 첫 독자로 만들게 됨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학교 친구들까지 자기 소설에 푹 빠져버리게 만들었다.


스티븐 킹은 소년 시절부터 어떠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면 사람들이 재미있어할지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스스로에게는 그 이야기를 만들어낼 강한 자신감이 있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자신이 관심 있었던 주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게 빠져들어 상상의 폭을 넓혀 놓았기 때문이다.


그는 『유혹하는 글쓰기』를 통해 천부적인 글쓰기 능력도 존재한다고 말하였다. 이를테면 셰익스피어와 같은 천재는 신이 부여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그들의 노력에 의해 자신의 능력을 키웠음을 강조하면서,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한두 단계의 향상(총 4단계 중)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계발을 위해서는 준비 단계가 있어야 하는데, 스티븐 킹은 이를 연장통에다 비유하였다. 그 연장통 속에는 어휘, 문법, 문체 등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이것들은 대부분 독서를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꾸미지 않는 데에 있다고 믿었다. 흔히 우리는 아름다운 문장이 미사여구(부사 따위)를 동반한 것이라 착각하기 쉬운데, 스티븐 킹은 그러한 문장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독자의 상상해야 할 부분이 줄어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 169쪽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어느 정도 문장을 형식에 맞게 쓸 수 있다면 그 틀에다 자신의 상상을 가미하여야 흥미로운 사건이 그려지는 것이다. 어떤 인물들이 어떤 옷을 입느냐는 순전히 작가의 몫이니 왜 하필 그러한 인물과 옷이 필요했느냐를 작가는 자신의 의도대로 채워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쉽게 날아갈 것만 같던 이야기의 날개도 한 번의 소나기에 젖어 회생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작가의 생각에 뮤즈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역시 위대한 작품이라고 스티븐 킹은 밝힌다. 물론 반면교사로서 나쁜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많은 책을 통해 또 다른 영역을 발굴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말대로 많이 읽고 써 보는 것만큼 좋은 글쓰기 방법은 없다. 독서와 창작을 즐기지 못한다면 누구나 위대한 작가는커녕 한 줄의 글도 쓰기 어렵다. 질 좋은 펜이나 워드프로세서가 그런 능력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둘러싼 모든 것을 즐기는 데에서 색다른 영감이 떠오르게 된다. 하루에 열 페이지를 쓰면 3개월이면 18만 단어를 기록한 셈인데 그러면 책 한 권 분량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다.


끝으로 돈을 벌겠다, 유명해지겠다는 의도로 글을 쓰는 일은 도의에 맞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것을 지적인 사기라고 경고하였다. 어떤 거물급 작가도 그렇게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이나 인간관계나 성이나 일 등에 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섞어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하였다. 즉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고, 독자를 끌어들일 만한 묘사력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평소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것들을 잘 메모하라고 조언하였다. 대부분의 소설 아니 위대한 소설도 우리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연장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 311쪽


스티븐 킹도 글을 쓰며 사는 동안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나 그는 글쓰기를 통해서 물에 빠진 자신의 삶을 건져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전히 글을 쓰는 동안에는 즐겁게 그 일에 임한다. 그는 술과 마약은 끊었어도 글쓰기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 가장 양지바른 곳에 펼쳐 놓았다.


자기 삶에서 느낀 것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진실하게 옮길 수 있다면 그것은 환히 빛나는 꿈이 될 것이다. 그 일을 끊임없이 해나가는 동안 더 아름답게 다듬어지게 되니 글을 쓰는 모든 이들이 그것을 중단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비록 그 일이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지 않을지라도 글쓴이 스스로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Limer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