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책을 읽히기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
Post date: Jul 3, 2016 6:55:34 AM
프랑스의 사회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는, 소설이란 문제적 주인공을 통하여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한 방법으로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야기라 하였다. 여기에서 문제적 주인공은 소설에서 다양한 갈등을 야기하는 인물이며, 타락한 세계는 소설 속의 배경을 말한다. 그리고 진정한 가치란 소설의 주제를 뜻한다.
따라서 우리가 소설을 읽을 때에는, 주인공이 어떠한 갈등 속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경험을 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잘 알려진 소설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목소리를 느낄 수 없다면 이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인지결핍이 일어난 탓이다. 그럴 때에는 주인공과 그가 처한 상황을 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모든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소설 읽기를 즐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유아의 듣기 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유아는 인지능력이 사실상 어른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므로 어른들이 책을 읽어준다고 해서 내가 인지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요소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낭독자의 ‘읽기 지도’가 꼭 필요하다.
대개 성공한 학습 경험은 또 다른 학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에, 어릴 때 독서를 즐길 줄 아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읽기나 듣기 태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 여러분의 자녀에게는 ‘학습 회피 성향’만 길러질 수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이해한다면 조기 학습에서부터 유아가 보이는 여러 가지 반응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올바르게 이끌어 주어야 한다.
동화나 소설은 거의 비슷한 맥락에서 세상의 모습을 허구적으로 담은 것이다. 그 내용이 아무리 환상에 가깝다 할지라도 앞서 말했던 가치는 진실에 닿아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를 읽은 후에 어떠한 감동을 얻는다. 여기서 진실이라는 것은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에 보탬이 되는 주제의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동화 속 주인공이 나쁜 짓만 하다가 나중에 그 잘못을 깨닫고 올바른 길로 들어섰다고 할 때, 그 줄거리들은 사실에 기인한 것이 아닐지라도 그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진실하게 느껴진다. 그런 것에서 우리는 문학적 가치나 보편적 진리를 끄집어낼 수 있다.
따라서 유아에게 어떠한 소설을 접하게 하였으면 반드시 그 이야기가 가지는 진실성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그 방편으로 인물들의 성격, 다양한 사건들, 그것이 일어난 시공간적 배경들을 빌려와야 한다. 작품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지조차 모르면서 많은 책만 읽히는 것은 건전한 자아 형성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인지한 요소들이 왜곡되는 역효과마저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해 유아는 악인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그것이 잘못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설명이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것들을 내면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부모들은 교육열에 불 붙어서 유아들에게까지 자꾸만 뭔가를 읽히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사람을 보면 웃고 반기고 사랑을 느낄 줄 아는 심성을 먼저 길러주는 것이 좋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의 태도에 대해 중얼거리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간혹 부부가 말다툼도 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들을 접하게 하면서도 공부를 시킬 때만은 내 아이가 최고가 될 것 같다는 망상에 젖는다.
세상의 이치도 그러하지만, 모든 학습 또한 사랑할 줄 아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배우는 것을 사랑하려면 배움을 주는 이에게도 사랑을 느껴야 하고, 나아가 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이것저것 배우는 이유도 무엇이겠는가. 다 남을 사랑할 줄 알고 올바른 판단을 해내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제 지식은 외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인터넷을 통해 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여 자신의 삶에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건전한 마음에서 비롯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선택의 연속이었고 그 때문에 내 삶이 이렇게 달라진 것이라면 당신의 자녀에게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저 남들이 하는 것을 다 따라해 봤다고 내가 자녀에게 모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고 착각하지 말자. 어떻게 이끌어주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인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가 자신의 삶과 그 주변에 대해서 소중함을 깨닫고 타인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대개 유아기에 부모가 보여주고 들려준 것들에 의해 좌우된다. 그렇게 때문에 아이들에게 동화나 소설을 읽히게 된 동기, 아이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들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한 것들을 잘 고려하여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준다면, 여러분의 보석 같은 자녀들은 점점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사진 cindi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