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서재‎ > ‎

밤을 걷다

게시자: 성우넷, 2019. 2. 21. 오전 9:49   [ 2019. 3. 4. 오후 7:04에 업데이트됨 ]



1

 

햇살에 몸을 누이던 나는 어디로 가는가 얼굴 가득 웃음을 색칠하고 가슴 가득 사랑의 한숨을 들이켠 나는 어디로 가는가 그렇게 많은 나를 떠나보내고 밤하늘 별빛으로 글을 엮는 마음은 내 삶의 어디쯤 머무르는가

 

 

2

 

오늘의 아픔이 어제의 아픔을 밀어낸다 밝은 내일이 오늘의 어둠을 뚫고 다가온다 아픔이 아픔을 위로할 때 그 아픔은 희망이 되리니 지금은 서로를 부둥켜안을 때

 

아픔에게 길을 물었을 때 아무런 답이 없는 것처럼 나는 침묵하였노라 삶이 사람이 사랑이 내게 바람처럼 다가와서 낙엽처럼 부스러질 때 나는 나의 길을 걸었노라 이 보잘것없는 아픔들 때문에 지쳐버린 나를 천천히 이 길 위에 내려놓는다

 

나는 여전히 사막의 밤을 걷고 있다 외로움이 뿌리 내린 두 다리를 뚝뚝 잘라내며 걷고 있다 메마른 그리움으로 가끔은 온몸을 적시우리니 가시 같은 가슴 위에 돋아난 붉은 별꽃들도 하얗게 소리 없이 시들어 간다

 

출퇴근 시간의 새벽별은 내 작은 희망이자 절망이었다 이제 나는 별을 믿지 않고 내 눈물을 믿기로 하였나니 뜨거이 살아감을 위안으로 삼아 세상의 험한 곳마다 눈물을 심으리라

 

 

3

 

익숙한 쓰라림이 지친 등을 떠민다 오늘 해가 지지 않는다면 나는 내일 그것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없으리라 광장의 어둠이 짙을수록 촛불은 밝아진다 이 빛을 되돌릴 수 없었다면 세상은 더욱 어두웠나니

 

보이지 않는다 하여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빛나는 것과 그 빛을 담아내는 것 사이에 아름다운 진리가 존재하리니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 말하는 이에게는 아직 진정한 아름다움을 마주할 기회가 없었을 뿐

 

그리하여 어둠은 곧 밝아질 공간이며 밝음은 곧 어두워질 공간이다 이 세계와 모든 존재 또한 그러하다 내 삶도 시간의 한 마디를 수놓으리니 내가 그대의 삶을 밝힐 등불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내 존재는 가치 있나니

 

, 어둠을 딛고 오지 않는 빛은 내 곁에 없구나 어둠이 짙어갈수록 그대의 빛 또한 눈부시다 기나긴 어둠의 틈에 빛은 한순간 존재하나니 내 생은 빛을 닮았으나 내 죽음은 영원에 이르리라

 

 

4

 

흐르는 시간 속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오직 그것만이 영원한 진리이다 내가 그것을 안다 하나 어쩌면 나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고 여기를 떠날지 모르나니 그것이 내 삶인지 모르노라

 

내가 만약 영혼의 안식처를 알아차린다면 내 죽음은 내 삶에 있어 최고의 여행이리라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이 세상은 업이 될 것이며 죽음이 끝이라면 이 세상은 단 한 번의 기회이리니

 

오늘이 끝날 때마다 내 일부가 하나씩 사라진다 여기리라 나날이 죽음에 가까워진다 생각하면 나의 오늘은 더 간절해지리니 그러나 아직도 오늘은 끝나지 않고 나를 내일로 데려가노라 순간이 영원의 꼬리를 물고

 

내 삶은 장미 가시에 찔린 것처럼 따갑고 쓰라리나 절연되지 않은 꿈은 죽음 속에서도 은은하게 피어나리라 참다운 행복은 이 축제를 마음껏 즐길 줄 아는 것 그 속에서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것

 

 

5

 

진리와 질서는 늘 우주 속에 있고 모순과 혼동은 늘 내 안에 있다 무수한 색안경을 썼으니 끝내 사리에 어두울 수밖에 안다는 게 많을수록 알만한 게 줄어가고 익숙지 않은 것들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으리니

 

지혜는 진리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것 평화는 나 자신만큼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 자유는 감정의 노예로 살지 않는 것 용기는 자신의 불행 앞에서 당당하고 타인의 불행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것

 

축복이란 함께 어울리는 것이지 모두의 것을 홀로 가지는 게 아님을 내 그림자도 그대의 그늘에서 가끔은 쉬어가나니 내일보다 오늘이 더 소중함은 그대와 함께인 까닭이니 부디 내일을 위해 우울한 오늘을 살지 않기를

 

그리하여 영원에 이르는 삶은 나 자신을 아는 것 내가 내 삶의 가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내게 그 이상의 성공은 없으리니 내 삶이 의심스러울 때마다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이들을 헤아리리라

 

 

6

 

지난밤 내가 보지 못한 별이 나를 비추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나도 밤새 그 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서로가 미지의 어둠 속에서 환하게 부풀어 올랐는지 모른다 만질 수도 다가설 수도 없는 시간 너머에서 손짓하며

 

달빛이 별을 포근히도 안아주면 기억 속에서 그대를 꺼내보노라 그대는 세차게 나를 부르고 나는 그대의 숨소리에 새하얗게 부서지고 기억의 파도가 기약 없이 눈가에 일렁인다 무수한 낙엽들이 바람 속에서 속삭인다

 

밤을 적시는 별빛에게 오랜 기억들이 대답하노라 그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당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리니 그대가 순간의 빛일지라도 나는 그 온기를 잊을 수 없으리라 그것이 나를 아프게 하고 깊이 사랑하게 하리니

 

기억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다면 그대와 나 자신마저 잃어버릴 테니 다만 기억이 주는 아픔에게 내 모든 시간을 내어주지 않기를 기억 속에 갇힌 동안 나의 한쪽은 온전히 자라지 못하리니

 

 

7

 

내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오늘은 가장 가슴 뛰는 일을 하리라 그들이 바라던 별이 내 눈에서도 밝게 빛나지는 않았나니 꿈같은 별로부터 나를 내려다보노라 빛나지는 않지만 온 빛을 느낄 수 있는 나를

 

달빛에 등을 기댄 꽃잎들이여 어둠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그림자들이여 그대와 나는 늘 사랑을 노래하리라 별빛을 눈물에 가둔 풀잎들이여 바람에 이파리를 잃은 가지들이여 그대와 나는 늘 그리움을 노래하리라

 

밤은 늘 어둡고 내 마음도 늘 그늘에 놓였으나 새벽 너머에는 이 모든 것의 끝이 있음을 그리고 끝이 나야만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다는 것을 내 삶이 단지 이것만은 아니리라 밤하늘이 별이 내 눈물이 무언가를 더 속삭이듯이

 

곧 아침이 오리니 나는 무엇이 두려우리오 내가 걷지 못한 길은 모두 희망이 되리니 내일 한 모금의 물로 그것을 꽃피울 수 있기를 남은 날들에는 내 이름이 아닌 내 가슴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8

 

늘 바라보던 별이 문득 사라진다면 슬퍼하리라 누구나 누구에게 그런 별로서 존재하리니 그러나 내일도 내가 사랑할 것들은 존재하리니 그대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고 내 사랑의 깊이와 크기를 돌아볼 수 있을 때 그때의 나는 진실로 숨 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