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처음처럼 우리는 마냥 즐거웠다 
가위바위놀이처럼 재미있는 일도 없다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사랑이라는 불안한 풍선을 불어다가 
하염없이 하늘가에 놓아주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없다 
남은 숨결이 없어 더는 가까이 할 수 없다 
온종일 그리다가 쌓인 한숨들이 
구역질나는 하수도를 따라 너의 집 앞에서 
오래된 변명처럼 막히어 버린다 

그렇게 간절했지만 내게 
그만큼의 날카로운 고통만이 남아 
이제 더는 헤어날 수 없는 기억 속에 갇힌다 
늘 꿈 같은 동화를 그리곤 하다가 
바보처럼 끝을 맺고 웃어버리는 나

Photo by kevin doo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