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즐거움 ㅡ 누이에게



누이여, 지금 바깥은 내딛는 걸음마다 폭 폭 꺼지는 하얀 얼음밭이구나

이처럼 내 발목이 겨울의 거울 속에 잠기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그때 내 나이만한 친구들을, 아니 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과녁이 된 이들을 겨누는 법을 배웠어, 그 무언가를 위해서
우리는 그물에 갇힌 멸치 떼처럼 몸부림치는 인간, 아니 짐승들이었지
내가 살기 위해서 모조리 죽이는 법을 배웠으니까 
하지만 내 사랑하는 누이를 생각하며 나는 더 확실하게 그들을 죽이는 법을 배웠어
누구를? 그래, 내 누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어쩌면 그들의 누이들까지도
왜? 내가 모른다는, 내 누이를 겨눌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래도 즐겁잖아, 그들이 죽거나 내가 죽어도 내 누이가 살 수 있다면


누이여, 지금 바깥은 나처럼 독을 품고 다니는 두꺼비들이 많구나
이처럼 많은 눈들이 누이를 노려보며 쏟아지니, 나는 너를 내보내기가 두렵구나
나는 겨우 네 나이만한 처녀들이, 아니 어린 아이들까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독을 빌어 마시고
너무 힘든 나머지 독이 아닌 모든 것까지 괴롭게 토해내야 하는
이 독한 세상에서 지독하게 죽어가는 법을 제발 배우지 않기를 바라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사랑하는 누이를 위해 내가 대신 죽어가는 법을 배우지
어떻게? 그래, 내 누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누이를 만나도
내가 품은 독을 절대 나누어 주지 않는 거야, 내 속이 하얗게 폭 폭 꺼지지만
그래도 즐겁잖아, 누군가 내게 사랑을 속삭여도 시들지 않을 내 누이가 느껴지니까

Painting by 파울 판 리셀 <눈 내리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