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文



오래 전의 일이었을까
기억하는 것들이 죄다 바래인 지금
이제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언제까지 내리어 닫는가

세월은 유수와도 같아 스무 해의 언덕을 지나 벌써 푸른 해변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일렁이기 시작했다 
꿈이 밀려와 가슴에 부딪히는 매순간마다
나는 참 쓸쓸하였다, 그립기도 했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
사랑에 눈이 멀어 많은 것을 주고도
사람들은 더 줄 것이 없음을 안타까워 한다
그 미안함으로 이제 나를 돌아보자

낯설음으로 시작되던 데뷔시절을 벗 삼아
어느 덧 중견이 된 한 가수처럼
그가 나를 알 수 없듯 나도 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은 멀고 먼 인연의 사슬이라

가끔씩 옷깃을 스치는 인연의
서럽게 스민 그림자를 기억할까 두려운 지금
먼 하늘에 연을 날리는 심정으로 
그를 그리워하듯 나 자신을 달래어도 보자

마른 가슴의 공허함을 밟고 가는 계절이
내게 오지 말았어야 할 것들이
낙엽처럼 무성히도 쏟아지는 추억의 거리에 서서
영원히 사랑하여도 좋을 사람과 오늘을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