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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의 마을 회관

게시자: 성우넷, 2019. 2. 17. 오전 6:12   [ 2019. 3. 24. 오전 6:04에 업데이트됨 ]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적 시련을 가지고 있다. 12세기부터 무려 700여년 동안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았고, 대기근으로 인해 1845년부터 1911년 사이 절반 수준인 440만 명으로 인구가 감소하였다. 곧이어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아일랜드에서도 내전이 일어나 결국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남아일랜드 지역의 주만 통합하여 공화국이 수립된다.(1922년) 그러나 아일랜드의 초기 정부는 주민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정부가 귀족들의 토지소유권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중세 이래 대대로 같은 땅에서 소작농으로 살아왔던 농민들의 권리는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조선 말기에 백성을 수탈하여 부를 축적한 양반과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재산권을 몰수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그들의 자본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유사하다. 부정한 세력들이 정권을 잡고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방해되는 세력을 이적 단체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일랜드에서도 독립 이후 귀족의 권리 수호에 걸림돌이 되는 주요 인사들이나 단체들을 빨갱이로 몰아 추방하거나 탄압한 사례가 많았다. 그중 ‘지미’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켄 로치 감독의 묵직한 시선으로 <지미의 마을 회관(Jimmy's Hall)>이라는 영화가 제작되었다.



  당시 지미는 마을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뜻을 함께하는 청년들과 힘을 모아 마을 회관을 건립한다. 그곳에서 가르치던 과목은 음악, 무용, 문학, 미술, 체육 등이었다. 이러한 교육 활동은 정서적으로 속박된 마을 사람에게 해방감을 주는 동시에 따뜻한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깨치게 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두려웠던 정부와 교회 측은 회관을 향해 총을 쏘는 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없는 한밤중에 그곳을 모두 불태워 버린다. 결국 지미는 정당한 재판 절차도 없이 미국으로 강제 추방된다. 그가 마을을 떠나는 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와 미소로 그를 배웅한다. 그렇게 영화의 막이 내린다. 



  다음은 이 영화에서 무척 인상 깊었던 대사로, 마을 회관에서의 모임을 탄압하던 신부에게 지미가 고해성사한 내용이다.


  “제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고해한지 25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위선자 때문에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성직자인데도 거짓을 일삼으며 증오를 선동하고, 총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위협하도록 부추깁니다. 교만의 죄도 저질렀는지 궁금합니다. 자신이 지혜의 샘이나 되는 듯 행동하지만 그저 무지하고 미신을 믿을 뿐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보물인 상상력과 즐거운 마음을 지옥이라 운운하며 파괴하려 하고, 지루한 삶을 강요하며 우리의 정신을 죽이려 하고, 그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건 무엇이든 죽이려고 합니다. 그리고 신부님, (그의) 신성 모독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가슴 속에 사랑보다 증오를 더 많이 담고 있습니다.”



  지미가 추방되는 날, 그를 ‘빨갱이’라고 농락하던 귀족들을 향해 위의 고해성사를 들었던 신부가 이 말을 던진다.


  “조용히 하고 존경심을 보이게! 자네들보다 용기 있고 품위 있는 사람일세.”